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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와이어 로프의 꿈
“큰일 났다! 오늘도 지각이다.”
초등학생인 워싱턴은 시계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라 허둥댔다.
“오늘 지각을 하면 사흘째 지각하게 되잖아.”
집에서는 매일 아침 일찍 나오는데 언제나 이런 형편이었다. 워싱턴은 당황하여 뛰기 시작했다.
이곳은 미국의 뉴저지 주의 트렌턴이라는 도시이다. 트렌턴 시 역 구내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기중기가 설치되었는데, 기계를 좋아하는 소년 워싱턴은 평소 학교에서 돌아갈 때는 그곳에 들러서 기중기 구경을 하는데, 오늘 아침에 무심코 그쪽으로 발걸음이 옮겨져서 지각을 하고 만 것이었다.
워싱턴의 아버지는 건축가였다. 독일의 함부르크 태생으로, 함부르크의 공업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워싱턴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철도 회사의 부탁으로 측량이나 설계도 하고, 철도 부설공사를 맡기도 하며, 다리를 놓는 공사에도 종사했다. 일을 맡으면 열중하는 사람이었으므로, 그의 이름 존 로블링은 차차 미국의 건축가나 기술자들 사이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1836년 30세 때, 조안이라는 아내와 결혼하여 다음해 5월 26일에 장남을 낳았다. 귀여운 아기였다.
“여보, 이 아이의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한참 생각하고 있던 존 로블링이 말했다.
“워싱턴이라는 이름은 어떨까? 워싱턴은 미합중국을 세운 사람이고, 초대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오. 워싱턴 로블링. 어때? 좋은 이름이지? 이 아이도 나와 같은 기술자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데.”
존은 기뻐하며 갓난아이를 껴안아서 높이 쳐들었다.
워싱턴은 무럭무럭 자랐다.
1849년 여름, 워싱턴이 12살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서 놀고 있는 워싱턴을 데리고, 그 전에 부탁받았던 측량을 하기 위해 뉴욕의 부두에 갔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아버지와 워싱턴이 부두를 산책하고 있을 때, 갑자기 ‘쿵’하는 큰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은 소리가 난 쪽으로 쫓아가 보았다. 거기에는 부두에 장치되어 있던 커다란 기중기의 굵은 밧줄이 끊어져서 배에서 끌어내리고 있던 무거운 짐이 떨어져 있었다. 가엾게도 두 사람의 인부가 무거운 짐 밑에 깔려 죽어 있었다.
“저런!”
운반되어 가는 시체를 보고 머리를 숙여 기도를 드리고 난 아버지는 기중기에 가까이 가서 방금 끊어진 굵은 삼줄을 손에 잡고 조사해 보았다. 직경이 15센티미터나 되는 튼튼한 삼으로 된 밧줄이었다.
워싱턴도, 그 끊어진 삼으로 된 로프를 만져 보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제가 전부터 생각해 왔던 건데요. 삼으로 된 밧줄 대신에 쇠를 가늘게 해서 그것을 여러 가닥 꼬아서 사용하면 어떻겠어요? 그렇게 하면 쉽게 끊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그 당시에는 지금 같이 강철을 꼬아서 만든 와이어 로프라든지, 케이블선 같은 것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음, 그것 참 좋은 생각인데.”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워싱턴의 생각에 거듭 감탄했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곧 강철을 늘여서 선을 만들고, 그것을 꼬아서 케이블 선을 만들어 보았다.
“됐다, 이젠 됐어!”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손을 잡고 기뻐했다. 아버지는 그것을 여러 방면에 응용해 보았다. 그리고 차차 개량하여 더욱 완전한 것으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는 귀여운 아들의 생각으로 만들어 낸 와이어 로프로, 그의 오랜 소망인 걸침 다리를 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철도를 부설하기도 하고, 집을 짓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은 다리를 놓는 일이었다.
“미국에 있는 어떤 다리들보다 훌륭한 다리를 놓는 것이 내 일생의 소망이란다.”
아버지는 아내나 아들에게 종종 그렇게 말했었다.
아버지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본 후 걸침 다리에는 케이블선이 가장 알맞겠다는 데 자신을 얻었다. 그래서 마침 건설을 부탁받은 나이아가라 폭포 입구에 놓을 다리를 이 걸침 다리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걸침 다리를 놓게 해주십시오. 지금까지의 어떤 다리보다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아버지는 그 계획을 관청에 신청하여 쉽게 허가를 얻었다.
얼마 후 굵은 케이블 선을 만들어서 나이아가라 폭포 입구에 근사한 걸침 다리(양쪽 언덕에 줄이나 쇠사슬을 걸쳐서 만든 다리)를 놓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미국에서 최초로 놓인 걸침 다리이다.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야. 나도 커서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아버지의 기쁨은 곧 워싱턴의 기쁨이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맹세하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의 세월이 흘렀다.
워싱턴은 트렌턴 대학을 졸업하고 피츠버그 대학 건축과에 다니면서 열심히 기술자가 되는 공부를 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한 팔이 되어 여러 개의 다리 건설에 직접 참여했다.
펜실베니아 거리에 있는 앨리게니 강에 걸침 다리를 놓기도 하고, 오하이오 강에도 걸침 다리를 놓았다. 신시내티 시에 있는 걸침 다리도 로블링 부자가 놓은 것으로 지금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 당시 뉴욕의 거리는 번창하기 시작하여 이미 대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 뉴욕의 동쪽에는 롱 섬이라는 섬이 있고, 거기에는 브루클린이라는 큰 시가 있었다. 그런데 뉴욕과 브루클린 사이에는 다리가 하나도 없었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기관으로는 나룻배 한 척이 전부였다.
아무리 급한 용무가 있어도 두 도시 사이를 흐르는 이스트 강의 나룻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으므로 시민들의 불편은 말이 아니었다.
“강을 건널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스트 강에는 왜 다리를 놓지 않는 것일까. 가을이면 건너다니지도 못하게 될 텐데.”
브루클린 시의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이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았다.
이스트 강에는 가을이면 짙은 안개가 끼고, 또 강을 오르내리는 다른 배와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위험까지 있었다. 여태까지도 충돌사고가 가끔 있었으므로 안개가 끼면 배는 아주 뜨지도 않았다. 더구나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겨울이 되면 한층 더 위험했다.
“이런 상태라면 브루클린 시가는 황폐하고 말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다리를 놓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브루클린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다리를 놓아야겠다는 여론이 날로 높아 갔다. 그러나 이스트 강은 폭이 550미터나 되는 큰 강이었다. 그런 큰 강에 어떻게 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 거기에 다리를 놓는다고 해도 그 밑으로 배가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도록 다리 높이는 30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배가 많이 다니는 강이므로 교각을 강 속에 여러 개 만들 수도 없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교각이 필요 없는 걸침 다리를 놓는 수밖에 없었다.
브루클린 시의 시장을 비롯한 유지들은 그즈음 이름 있는 건축가나 기술자를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물었다.
“어떻게 해서 이스트 강에 다리를 놓을 수가 없겠습니까?”
그것은 하소연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앵무새처럼 똑같은 대답들만 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300미터 이상의 긴 걸침 다리는 만들 수 없습니다.”
브루클린의 유지들은 마침내 다리 놓는 것을 단념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의 한 신문에 폭 550미터의 이스트 강에 걸침다리를 놓을 수 있다며 자세한 계획까지 발표한 사람이 있었다.
“뭐, 다리를 놓을 수 있다고?” 그 글을 쓴 사람은 전문가래. 걸침 다리의 전문가이며,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놓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래.”
브루클린 시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글이 온통 화젯거리였다. 그 글을 신문에 발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존 로블링, 그러니까 워싱턴의 아버지였다.
브루클린 시장은 즉시 그를 초청하여 시의회를 열고, 그로 하여금 의원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도록 했다. 모두들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로블링의 계획에 동의했다.
다리의 이름을 브루클린으로 정하고 로블링은 총감독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파란 두 눈은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이 반짝였다. 그는 이미 완성된 세계 제일의 걸침 다리를 눈앞에 그려보고 있었다.
곧 이스트 강의 측량이 시작되었다.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어디에 놓을 것인지를 정확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존 로블링은 매일 측량기를 장치하여 뉴욕 쪽의 둑과 연락을 취하며 일에 빠져들었다.
1869년 7월, 어느 날이었다. 존 로블링은 그날도 브루클린 쪽의 물가에 쌓아놓았던 판자 위에 측량기를 장치하고 열심히 측량을 하고 있었다.
너무 열심히 측량을 하고 있었으므로 나룻배가 가까이 오는 것을 조금도 알지 못했다.
“앗, 위험해!”
누군가 소리 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나룻배가 물가에 닿는 순간, 타고 있던 판자가 무너져서 존 로블링의 발은 그 사이에 끼고 말았다. 곧 병원에 운반되어 발가락 두개를 자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담대한 존은 마취도 하지 않고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수일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날 밤, 너무 아픈 나머지 아내와 아들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물 속에 발을 담갔다.
그것이 문제였다. 수술한 곳에 병균이 들어가서 다음 날이 되자 발이 엄청나게 부어오르고 굉장하게 열이 올랐다. 병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브루클린 시장이 걱정을 하고 뛰어왔다. 그러자 존 로블링은 시장의 손을 잡고 몹시 괴로운 듯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 마지막 소원이 있습니다. 제 아들 워싱턴도 이제 32살로 충분히 저의 뒤를 이어 일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제발 브루클린 다리의 공사는 제 아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시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존 로블링은 안심한 듯이 눈을 감았다. 그날 밤 워싱턴의 아버지 존 로블링은 숨을 거두었다.
워싱턴은 아버지의 유해를 향해 몇 번이고 맹세했다.
“아버지, 제가 반드시 브루클린 다리를 훌륭하게 만들어 내겠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워싱턴의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잇따른 고난 겪어 1870년 5월 1일, 이스트 강의 브루클린 쪽에는 많은 구경꾼이 모여 있었다.
기초적인 공사를 마무리 짓고 드디어 걸침 다리를 지탱하기 위한 토대를 설치하는 공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8만 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거대한 토대를 만들기 위하여 워싱턴 로블링은 그 당시 발명된 ‘잠수상자’를 사용하려고 생각했다. 잠수상자란 강 밑바닥에 커다란 상자를 가라앉히고, 그 속의 기압을 높여서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한 다음 노동자가 그 속에서 강 밑바닥을 파게 하는 구조이다. 그 잠수상자는 가로 40미터, 세로 55미터 정도나 되었으며, 지붕은 있으나 밑이 없는 큰 상자였다. 그것을 여러 척의 배로 끌고 와서 강가에 가라앉히는 것이었다.
구경꾼들은 그것을 보려고 몰려든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집채만 한 잠수상자가 가라앉혀졌다.
드디어 강 밑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워싱턴은 하루의 대부분을 노동자와 같이 잠수상자 속에서 보냈다. 작업장 안의 광경은 굉장했다. 여기저기에 칸델라(국제 도량형 총회에서 결정된 광도의 단위)가 매달려 있고, 노동자들은 옷을 반은 벗어 붙이고 강 밑바닥을 파고 있었다. 해머나 구멍 뚫는 기계 소리로 귀가 멍해질 정도였다. 더구나 잠수상자 속에는 기계의 힘으로 끊임없이 강한 압력을 보내고 있어야 하므로 항상 머리를 눌리는 기분이었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힘이 들었다.
거기에다 공기의 압력이 다른 데서 일을 하므로 잠수병이라고 하는 무서운 병에 걸릴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워싱턴은 의사와 상의한 끝에 잠수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8시간 이상은 절대로 일을 시키지 않았다.
강 밑바닥을 파는 작업은 점점 어렵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다이너마이트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잠수상자 속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했다는 말은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과연 안전할까?’
워싱턴은 자기 자신이 우선 실험해 보기로 하고, 일요일에 혼자서 잠수상자에 내려가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했다.
“압력이 지상과 틀리니까, 다이너마이트가 어떻게 폭발할 른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나의 목숨은 어쩌면 없어질지도 모르고.”
워싱턴은 아버지의 유업을 잇는 일이므로 모험을 결심하고 뇌관에 불을 붙였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했다. 다행히 고막이 찢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만하면 걱정 없다. 내일부터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기로 하자!”
다이너마이트가 사용되자 공사는 훨씬 빨라졌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아침, 공사장의 바로 근처에 살고 있던 워싱턴은 굉장하게 큰 폭발소리를 들었다.
“앗! 공사장에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냐?”
그는 맨발로 정신없이 공사장으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 당황해서 도망쳐 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대체 무슨 일이지요?”
공사장에 도착 해 보니 인부 한 사람의 부주의로 강의 표면에서 100미터나 높게 잠수상자 속의 압착공기가 폭발해 있었다.
돌이 그 근처의 하늘로 높이 솟았다가 우박처럼 일제히 떨어졌다. 근처 집은 유리창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일요일이라 잠수상자 속에는 아무도 없어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부근의 사람들로부터 심한 항의를 받아야 했다.
그 소동이 겨우 진정되었다고 생각 했을 때, 이번에는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불이야! 도망쳐라!”
잠수상자 속에서 누군가가 석유를 엎질러 불이 붙어버렸다. 평일에 일어난 이 화재는 예삿일이 아니었다. 불길에 휩싸인 강바닥의 잠수상자 안은 금방 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워싱턴은 침착하게 사람들을 대피시켜 부상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세계 최초의 큰 걸침 다리 완성
사고가 진정되고, 다시 공사가 진행되던 1872년 4월 22일, 뉴욕 시 쪽 잠수상자는 25미터의 깊이에 도달하고 있었다.
워싱턴 로블링은 여러 사람의 만류도 듣지 않고 언제나처럼 잠수상자 안에서 노동자들을 격려하며 함께 일했다. 그러던 워싱턴이 갑자기 비틀거리면서 픽 쓰러졌다.
“목숨만이라도 살린 것이 다행입니다.”
그는 그만 잠수병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의사의 말은 절망적이었다.
다행히 목숨을 살리기는 했으나 병이 낫는다는 것은 도저히 바랄 수 없으며 일생동안 누워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 에밀리에게도 워싱턴에게도 의사의 말은 사형선고와 같았다. 그러나 워싱턴의 의지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아니다. 나는 그만두지 않는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어떤 일이 있더라도 브루클린 다리를 완성해 보이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던가.”
그 때를 이용하여 워싱턴을 평소부터 시기해오던 많은 사람들이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워싱턴 로블링은 다시 일어날 수 없다. 그를 총감독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다른 사람을 임명하라!”
브루클린 시에서는 시의회를 열고 워싱턴을 그만두게 하는 결의까지 했다. 그래도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워싱턴은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아내인 에밀리에게 성명서를 쓰게 했다.
“여보, 내가 부르는 대로 쓰시오.”
워싱턴은 그 안에 자기가 지금까지 브루클린 다리를 위하여 어떠한 일을 해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여 완성시킬 예정인가를 자세히 쓰게 한 것이다. 에밀리는 워싱턴 대신 시의회에 나가서 그 성명서를 읽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유명한 토목 관계자나 기술자들은 모두 워싱턴의 열의에 감동하고 말았다. 워싱턴을 총감독의 위치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결의안도 당장 취소되었다.
에밀리 부인도 남편 못지않은 열성을 가졌다. 어떻게 해서든지 브루클린 다리를 완성시키기 위해 그때부터 고등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또 몸이 부자유한 남편 대신 도면을 만들기도 하고 서류를 작성하기도 하여 매일 공사장에 나가 남편의 지시를 기사들에게 전했다.
워싱턴은 증세가 조금 나아지자 공사장이 잘 보이는 창가로 침대를 옮겨 놓게 하고, 침대에 누운 채로 망원경으로 공사의 진행 상태를 확인하며 지휘했다. 이러한 워싱턴의 열의를 본 노동자들은 힘든 일이 있어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로블링 감독의 저 열성을 보게! 우리가 게으름을 피우면 정말 천벌을 받게 될거야.”
그들도 워싱턴의 강한 정신에 감동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기의 대공사는 비오는 날에도 바람 부는 날에도 계속되었다.
드디어 공사를 시작한 지 13년 만인 1883년 4월, 마침내 완성을 보게 되었다. 세계 최초의 긴 걸침 다리, 전장 1.7킬로미터의 브루클린 다리가 놓여졌다.
그 해 5월 24일, 개통식이 있었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뉴욕 시장, 브루클린 시장을 선두로 다리의 개통식이 거행되었다.
대통령은 다리를 다 건너가자, 워싱턴 로블링이 누워 있는 방에 올라 가서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수고했소!”
지금도 브루클린 다리는 그때 그대로 무엇 하나 손상되지 않고, 이스트 강에 놓여져 있다.
브루클린 다리는 실로 아버지와 아들 2대에 걸친 인간 정신의 존귀한 노력의 기념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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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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