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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탄생시킨 사람들
바늘구멍 카메라
이집트의 하늘에 유난히도 별이 반짝이는 밤이었다.
한 사나이가 파라오의 군사들에게 쫓겨 도망을 치고 있었다.
“알하젠, 이집트 신의 아들인 나, 파라오를 속이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나일강의 범람을 막겠다고 호언 장담한 사람이 네 놈이더냐? 알하젠 이놈 게 섰거라!”
벌써 며칠째, 눈만 감으면 이런 꿈에 시달리며 알하젠은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있었다.
사막의 밤은 무서웠다.
낮에는 뜨거운 햇빛에 타는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고, 밤이 되면 낮과는 달리 온도가 급속히 떨어지는 바람에 추위에 떨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죽음의 늪인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면 한 순간에 가축이나, 사람들을 삼켜버리기도 했다.
‘어서 몸을 피하자. 잡히면 죽는다.’
알하젠의 마음은 다급했지만 파라오의 군사들보다 더 무서운 곳이 사막이었다.
원래 사막에서 자란 그였지만 도망자가 되고 보니, 생활에 필요한 가제도구나 식량은 제대로 준비할 수가 없었고, 수중에는 책 몇권이 있을 뿐이었다.
알하젠은 쫓기는 동안 틈틈히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이때 그가 쓴 ‘광학보전’이라는 책은 라틴어로 번역되어 후에 전세계에 소개되었다.
알하젠은 몇 년 동안의 방랑생활을 청산하고 조용한 사막, 인적이 드문 조그만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
원래 이라크에서 태어난 의학자요. 물리학, 천문학자인 그는 생활의 대부분을 책을 읽고, 태양이나 별을 연구하는 일에 몰두했다.
알하젠은 방안에 앉아 평소처럼 책을 읽고 있었다.
시간이 정오에 이르자 태양은 만물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위로부터 강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빛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제각기 갈 길을 재촉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읽던 알하젠은 피로한 눈을 쉬게 하려고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방은 어두운 편이었는데 벽에 작은 구멍이 뚫어져 그 구멍 사이로 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언제 구멍이 뚫어졌지?’
벽을 통과한 가느다란 햇빛은 반대편 벽면에 부딪쳐 동그랗게 반점을 새겨놓고 있었다.
‘이게 뭘까?’
알하젠은 반점을 자세히 보려고, 꼭꼭 닫아 두었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그 둥근 무늬는 사라져 버렸다.
‘어? 신기한 일이네. 아까까지 있었는데?’
알하젠은 다시 문을 닫았다.
그러자 다시 햇빛이 구멍으로 스며들어 무늬를 만들었다.
알하젠은 무늬를 보기위해 몸을 벽에 기대어 섰다.
‘아! 이건 태양이잖아!’
어두운 방 안의 작은 구멍 사이로 태양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알하젠은 그 뒤, 몇번의 실험을 통해 어두운 암실의 벽에 물체의 상이 맺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바늘구멍 카메라의 원리에 기원을 두는 사진술 발명의 시발이다.
유명한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원리를 자기의 작품에 처음 사용했다.
어쨌든 알하젠은 자신의 방을 ‘어둠의 방’이라고 불렀다. 자기의 방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실험도구와 같았고 카메라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형태였지만 어둠의 방은 ‘카메라 오브스쿠라’라는 라틴어로 소개되었다.
렌즈 달린 카메라
1550년 8월, 여름이었다.
‘어둠의 방’에 대한 책을 읽고있던 이탈리아의 카르다노는 알하젠의 이론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 알하젠은 벌써 몇 백 년 전의 인물이었는데 어제의 이야기처럼 마음을 파고들었다.
‘카메라 오브스쿠라를 내가 좀더 개량해서 작품을 한번 만들어 보겠어.’
당시의 이탈리아는 그무렵에 일어난 르네상스(문예 부흥 운동)를 거치면서 문화와 학문을 최고로 꽃피우던 시절이었다.
책을 덮고 밖으로 나온 카르다노는 올리브 나무가 가득한 농장 주위를 돌면서 ‘어둠의 방’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알하젠의 어둠의 방은 상을 뚜렷하게 구별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어떻게든 상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지중해성 기후로 뜨거운 바닷바람이 카르다노의 어깨를 스쳤다.
카르다노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서둘러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방안을 뒤지기 시작했고, 잠시후 그의 손에는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는 작은 물체가 들려있었다.
‘바로 이거다! 실험해보자.’
볼록렌즈였다.
그는 곧 렌즈를 어둠의 방에 장치했다.
“됐어! 상이 뚜렷하게 잘 보인다.”
렌즈를 통해 상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카메라 오브스쿠라’는 카르다노의 연구에 의해 ‘렌즈 달린 카메라 오브스쿠라’가 되었다.
서랍식 카메라
‘렌즈 달린 카메라 오브스쿠라’를 만든지 18년이 지난 1568년 이탈리아의 바르다노는 렌즈 앞에 촛점을 맞추는 조리개를 달았다.
“조리개를 달았더니 촛점을 맞추기가 훨씬 쉬워졌네!”
1570년 이탈리아의 단리는 조리개를 단 카메라를 보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아니, 렌즈를 통과한 모든 상이 온통 거꾸로 되어 있잖아. 한번 연구해 봐야겠어.”
“그럼, 거꾸로 보이는 상을 바르게 세우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단리의 카메라 앞에 서있던 친구가 말했다.
“그렇다네. 좋은 방법이 있을 걸세.”
단리의 말대로 1573년 그는 오목거울을 이용하여 물체의 뒤집히는 현상을 막을 수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큰것을 어떻게 들고 다니지? 이 안에 살림을 차려도 충분하겠어. 안 그래? 울프!”
눈부신 햇살 뒤로 노을이 내려앉는 어느 석양에, 카스파르 쇼트는 자기의 집에 놀러온 울프에게 카메라 오브스쿠라를 보여주며 이렇게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게 말야. 조금 실망인데. 아무래도 작은 것이 좋을텐데.”
“그렇지? 편리하고,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당시의 카메라 오브스쿠라는 크기가 엄청났다. 그래서 이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므로 날아다니는 새나, 들판의 나무 들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어떠한 경우에 카메라 오브스쿠라를 옮기려고 한다면, 건장한 남자들이 4～5명은 매달려야 가능한 형편이었다.
쇼트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크기를 한번 줄여봐야겠어. 그래서 저 들판의 새나, 꽃들의 예쁜 모습을 찍어보고 싶어.”
쇼트는 우선 부속품들의 크기를 줄여보았다.
예상대로 크기를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더 이상은 불가능한데?? 어딘가에 문제가 있어! 찾아봐야 해.”
“야아, 쇼트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니? 저것 좀 봐.”
친구 울프가 쇼트의 무릎을 흔들고 있었다.
“응? 무얼??”
쇼트는 울프가 가르키는 곳으로 다가갔다.
쇼트의 집 앞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들판의 나무에 새들이 날고 있었다.
“응, 새들이 날고 있군.”
“쇼트, 그게 아니야. 좀 자세히 봐.”
자세히 보니 그것은 새들이 서로 싸우는듯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울프, 영역 싸움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그래, 그런데 말이야. 저 새들의 머리가 장농의 서랍처럼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어. 크기가 늘어났다, 줄었다 한다고.”
“그래? 과연 그렇군.”
울프의 말대로 들어갔다 나왔다하는 새들의 모습은 목의 위치에 따라 크기가 달라보였다.
새들의 모습을 한동안 그윽하게 바라보고있던 쇼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거야!”
방으로 들어간 쇼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서랍의 칸을 뺐다가, 넣었다가 하는 일을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왜 그래?”
뒤따라 온 울프가 이상하다는듯 물었지만 쇼트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 서랍처럼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를 포개어 서랍처럼 넣었다 뺐다하면 카메라의 크기를 반으로 줄일 수 있겠지?”
“그 생각 기발한데.”
쇼트는 곧 나무 상자를 두개 준비했다. 그리고는 나무상자의 긴 면에서 하나의 벽을 없앤후, 두 상자를 서랍처럼 포개었다.
예상대로 카메라의 크기는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그 후 쇼트의 카메라는 렌즈의 촛점을 맞추는 일에 한 몫을 했다.
서랍처럼 길게 빼면 먼 곳의 물체의 상이 작지만 뚜렷하게 나타났고, 서랍을 넣으면 상이 크지만 흐리게 나타났다.
“쇼트, 자네 카메라는 정말 대단해! 꽃도 찍을 수 있고, 바다도 찍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 뒤 독일에 사는 스츠름에 의해서 최초의 반사적 카메라가 탄생했다.
그리고 1685년, 우유빛 유리로 조리개를 바꾸었던 요한 찬이에 의해 지금과 거의 비슷한 카메라가 탄생되었다.
그림 그리는 소년 다게르
“루이 다게르, 루이??”
우거진 수풀 사이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산새들이 놀란 듯 날개를 퍼득이며 숲 밖으로 달아났다.
“어쩌지요? 만일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으면??”
“그럴 리가 있겠어요. 다시 한번 찾아봅시다. 부인.”
프랑스의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루이 다게르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조차 포기할 정도로 미술에만 열중했다.
그것이 화근이 되어 부모님으로 부터 심한 꾸중을 들은 것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그림을 그린단 말야? 그럴려면 차라리 농사나 짓고, 가축이나 돌 보렴!”
다게르의 아버지는 공부를 하지 않는 아들을 심하게 꾸중했다.
“아버지, 하지만 전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어린 다게르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바지 가랭이에 매달렸다.
“안 돼! 그림 그리는 것만큼은 허락할 수 없다. 정 그림을 그리겠다면 차라리 나가라!”
아버지는 그렇게 단호하게 말을 끝맺고 밖으로 나갔다. 다게르는 정말로 눈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난 그림을 그리고 싶어! 다른 것은 재미가 없는 걸?? 아버지는 왜 그림 그리는 것을 반대만 하실까?’
다게르는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서 다정한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루이 다게르! 네 그림은 정말 멋지구나. 정말 굉장해!”
‘선생님은 그렇게 칭찬을 해주셨는데 왜 아버지는 화를 내실까? 그래, 차라리 이 길로 집을 나가서 그림 공부를 하는거야. 나중에 훌륭한 화가가 되어서 돌아오면 아버지도 용서해 주실 거야??’
그렇게 생각한 다게르는 그림 도구와 소지품을 챙긴 후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그날 저녁, 그의 집안에서는 다게르를 찾기 위해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그리고 소년 다게르를 동네 어귀에서 겨우 찾게 된 것은 밤이 깊어서였다.
“얘야! 무사했구나.”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아들의 손을 잡은 아버지는 마침내 아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허락했다.
“다게르! 좋아, 허락하마. 그 대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상급학교에 갈 수 있어야 한다.”
“녜! 아버지, 감사합니다.”
다게르는 그날 이후, 마음껏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전문적인 교육도 받았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다게르는 대학을 졸업하고, 개인 작업실을 열었다.
젊은 화가 다게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대 배경을 설치하는 풍경화의 일인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화가가 되고나서 다게르는 오히려 자신의 그림에 실망을 하기 시작했다.
“루이 다게르, 뭘 그렇게 골몰히 생각하나? 스케치를 하다 말고??”
동료 화가가 넋을 잃고 앉아 있는 다게르를 흔들었다.
“응? 으응, 글쎄??”
“아니, 무슨 대답이 그래? 자네 무슨 고민이 있나?”
“아냐.”
그러면서 다게르는 붓을 고쳐 잡았지만 손에는 영 힘이 없었다.
“정말, 왜그래? 그렇게 열심히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
“휴우, 내 그림은 그림이 아니야! 이 색, 질감, 모두 죽어있는 것들이야. 나는 저 살아있는 생명력! 자연 그대로를 화폭에 담고 싶다네.”
“난 또??”
동료 화가는 피식 웃고 말았지만 다게르는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욕망을 누를 수가 없었다.
‘아! 저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남길 수 있다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하는 다게르의 욕망은 사진이라는 능력과 기술에 관심을 갖게 했다.
그 무렵 다게르는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사진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두들 실패했다는 것이 그를 더욱 실망시켰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왜 모두들 성공하지 못했을까! 내가 한번 연구 해 볼까?”
다게르는 곧 실험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우연한 발견
다게르의 사진촬영에 관한 연구는 1833년, 동료이자 친구였던 조셒 니에프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보게 다게르! 우리 사진 촬영 연구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 그렇지? 그때까지 꼭 함께 하자고.”
니에프스의 목소리가 다게르의 귓가에서 맴돌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함께 있자고 하고선 먼저 가버리다니??’
다게르는 니에프스의 죽음에 의욕을 잃고, 어두운 방안에 틀어박혀 우울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따사로운 봄볕이 들에도 숲에도 퍼져들었다.
‘응? 이게 뭘까? 못 보던 그림 같은데?’
책상 서랍을 정리하던 다게르는 그림 한 장을 손에 들고 생각에 잠겼다.
“이건? 얼마 전 내가 찍었던 풍경이 틀림없는데?? 그런데 상이 맺히지 않아 버려두었던 사진인데 어떻게 상이 생겼을까?”
그림이 들어있던 책상 서랍을 자세히 조사하던 다게르는 작은 유리병 하나를 발견했다. 뚜껑이 열린 채로 였다.
‘혹시 이 수은과 관계가 있는걸까?’
다게르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곧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수은의 증기가 사진의 상을 맺히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은에 관한 연구로 사진법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자 그는 현상정착(상을 나타나게 하고, 상을 지워지지 않도록 고정시킴)에 해당하는 사진 기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1839년 그의 나이 52세때 다게르는 은판 사진을 발명했다.
다게르의 사진 기법이 공개되자, 프랑스인들은 그를 존경했고, 정부는 적극적인 후원을 했다.
“화가였던 제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젤라틴판 사진법을 개발했던 니에프스 덕분입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그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자신의 영광조차 친구에게 돌리는 그의 겸손함은 사람들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았다.
안정된 화가의 길을 뒤로 하고, 새로운 분야에 몸과 마음을 던졌던 개척정신은 우리에게 훌륭한 사진 기술을 남겨놓은 것이다.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치즈.”
“찰칵.”
아름다운 추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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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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