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펠탑의 탄생
건축가로 대성한 대학의 낙방생
“아버지, 저를 파리의 이공대학에 입학시켜 주세요.”
구스타브 에펠이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린 것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다.
“뭐, 이공대학이라고? 아니, 그러면 너는 군인이 될 생각이 없다는 말이냐?”
아버지가 놀란 듯 되물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에펠의 아버지는 고향인 디종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고 있었지만 한때는 나폴레옹 군대에 있었던 군인이었으므로 아들도 군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예, 저는 군인이 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왜, 그렇지?”
“군인은 저의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 그러면 어떤 일이 네 성격에 맞는다는 말이냐?”
“건축가입니다. 집을 짓거나, 다리를 만드는 건축가 말입니다. 군인은 전쟁이 일어나면 건축가들이 애써 지어 놓은 집을 파괴하거나 다리를 파괴합니다. 저는 그런 일은 싫어요. 저는 물건을 파괴하는 것보다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에펠이 이렇듯 진지하게 말하자, 아버지는 잠시 생각한 후에 아들의 뜻에 찬성해 주었다.
“그래, 매우 훌륭한 생각이다. 그러면 네가 가고 싶은 학교에 입학하도록 해라.”
“아버지, 감사합니다.”
에펠은 뛸 듯이 기뻤다.
곧 파리에 가서 이공대학의 입학시험을 치르게 되었지만 그 대학의 시험은 에펠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워서 풀지 못한 문제가 여러 개 있었다.
그래서 결국 대학에 낙방을 했지만, 에펠은 어떻게 해서든지 건축가가 되겠다는 생각만은 버리지 않았다.
‘비록 대학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전문학교라도 들어가서 건축에 관한 공부를 해야겠다.’
에펠은 이렇게 자기 마음을 정하고, 파리의 중앙공업전문학교의 입학 시험을 보았다.
그곳의 시험은 이공대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에펠은 거뜬히 합격할 수 있었다.
‘그래, 이제 합격을 했으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출신에게 뒤지지 않는 훌륭한 건축가가 되어야겠어.’
에펠은 그렇게 생각하고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계속했다.
그렇게 끈기있게 공부한 덕분으로 그의 성적은 누구보다도 뛰어났고, 에펠은 그 결과 수석으로 졸업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공부를 마친 에펠은 위대한 건축가를 꿈꾸며 취직자리를 구하러 다녔다. 그는 될 수 있으면 일류 건축 회사에 들어가서 커다란 빌딩의 설계를 맡거나 건축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전문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좋은 일자리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그 해에는 큰 건축 회사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만을 채용하고, 공업전문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거의 채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에펠의 낙심은 컸다.
건축가의 길이 험난한 것에 무척 실망을 하고 있던 에펠에게 담당선생님은 이런 충고를 했다.
“에펠 군, 철도의 건설회사라면 아마 근무할 자리가 있을 것이네. 철도는 앞으로 발전성이 있네. 그 철도 건설 회사는 점차 커질 전망이 있으니 거기 가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나?”
에펠은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의 권유대로 철도 회사에 입사하기로 했다.
돌다리를 철재다리로
에펠이 근무하게 된 철도 건설 회사는 철도 회사의 의뢰를 받아 철도 공사를 하는 회사로, 이 회사에서 에펠이 맡은 일은 새로 철도를 부설하는 곳에 가서 측량을 하거나 설계도를 만드는 일이었다.
처음 입사한 에펠은 상사와 함께 측량을 하러 다녔으며, 그가 시키는 대로 설계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얼마 동안 상사의 지시대로 설계도를 그려 온 에펠은 철도 공사의 방법을 달리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갖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철로를 가로지르게 하는 다리 공사였다. 그 무렵의 다리는 대부분이 석조 공사로 아무래도 많은 석공들을 필요로 했다. 그런 반면 우수한 석공의 기술자가 부족해 공사의 진행 속도는 더디었다.
‘이 다리를 돌 말고 다른 무엇으로 좀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에펠이 그런 궁리를 하던 중 문득 생각난 것은 레일과 같이 가늘고 긴 조립식 철재를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만일 조립식 철재를 사용하여 다리를 놓을 수만 있다면, 공장에 설계도 대로 의뢰해 철재를 운반해 와서 조립하면 되는 거니까 공사도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에펠은 어느 정도 굵기의 철재가 어느 만큼의 압력과 긴장을 이겨내는 것인지를 책에서 조사하기도 하고, 철재 만드는 공장에 가서 직접 실험해 보기도 하면서 연구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비교적 가는 철재라도 합리적으로 조립만 한다면 아무리 무거운 열차도 쉽게 통과시킬 수 있는 다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비용도 돌로 만든 다리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금부터는 철재 다리를 놓아야만 한다! 이 다음에 다리를 만들 때에는 꼭 이 방법을 회사에 권해 봐야겠다.’
드디어 에펠에게 그 철재 다리를 놓을 기회가 찾아왔다.
남프랑스 철도 회사에서 보르도 시의 옆을 흐르는 가론 강에 놓을 다리를 에펠이 다니는 회사에 맡긴 것이다.
가론 강은 스페인과의 국경에 우뚝 솟아있는 피레네 산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강으로, 강의 폭이 매우 넓어 하구인 보르도 시 근처에는 그 넓이가 500미터나 되었다.
그런 긴 다리를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석재를 사용한다면 비용도 많이 들뿐 아니라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릴 것은 물론이다.
‘어떻게 해서든 여기는 철교를 놓도록 해야지.’
이렇게 생각한 에펠은 곧 철교 설계에 착수했다. 그는 곧 세밀한 설계도와 함께 비용을 산출한 명세서를 가지고 상사에게 갔다.
“뭐? 조립식 철재로 다리를 만든다고?”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가느다란 철재가 몇 천 톤이나 되는 열차의 무게를 어떻게 지탱할 수 있겠는가?”
“지탱할 수 있습니다. 이 서류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저는 제철 공장에서 몇 번이고 실험을 해 보았고, 또 제철 공장의 기사들도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음, 철재를 사용하면 비용도 석재의 반밖에 안 들고 공사 날짜도 반이면 된다는 계산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만일 이 설계도대로 철재 다리가 완성된다면, 이것은 틀림없이 혁명적인 발명이 될 것일세.”
회사에서는 곧 중역 회의를 열고 에펠을 불러서 철교 공사 설명을 들었다.
에펠은 만약 이 일이 실패한다면 자기를 파면시켜도 좋다고 전제하고, 열심히 자기의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마침내 중역 회의는 에펠의 설계도대로 철재 다리 공사를 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에펠은 주임 기사로서 그 일을 지휘하게 되었다.
비웃음 속에 완성한 철교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
“저렇게 가는 철재만으로 무거운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지탱할 수 있다구? 정말 어리석은 얘기야.”
“틀림없이 도중에서 실패하여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같은 회사의 기사들은 물론, 다른 회사의 기사들까지도 저마다 한마디씩 말하며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에펠은 자신이 있었다.
‘반드시 성공한다!’
에펠의 두 주먹에는 불끈 힘이 들어갔다.
에펠은 우선 설계도를 기본으로 하여 여러 가지 굵기와 길이가 다른 철재 주문서를 만들어 가지고 제철 공장에 갔다.
철재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그것을 가론 강의 공사장에 운반하여 놓고 공사 현장에서 잠시도 떠나지 않고 인부들을 지휘하며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공사는 예정대로 잘 되어 나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이 제대로 잘 진행되어 나간 것만은 아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우락부락하고 나이가 많은 인부들은 나이가 어린 에펠을 업신여기며 시키는 말을 제대로 안 들을 뿐 아니라, 일자리를 뜨거나 공사장에 나오지 않는 등 무질서하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런 어느 날, 옆 발판으로 발을 옮겨 디디려던 한 인부가 미끄러져서 강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헤엄을 칠 줄 모르던 그 인부는 계속 허우적거리면서 떠내려가고 있었다.
이것을 본 에펠은 재빠르게 웃옷과 구두를 벗어던진 채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인부 옆으로 헤엄쳐가서 그를 옆구리에 끼고는 둑으로 끌어 올렸다.
“피에르, 정신이 들어?”
에펠로부터 둑에 몰렸던 다른 직공들에게 인계된 인부는 간호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깨어나서 에펠의 손을 잡고 감사에 감사를 거듭했다. 그 광경을 본 직공들이 박수를 치자 에펠은 겸손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제발 이제부터는 이유 없이 자기 발판을 떠나지 않도록 해주게. 나는 수영을 좋아하지만 옷 입은 채 물에 뛰어 들어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니까 말야.”
그런 일이 있고 난 후부터 그 인부는 물론이고 다른 직공들도 에펠을 존경하게 되었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그 전의 공사에 비해 기간을 반정도 앞당겨 마침내 새로운 철교가 완성되었다.
“다리는 완성되었지만 열차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기사들 중에는 이렇게 말하며 에펠의 설계를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열차를 시운전하는 날, 에펠은 기관차에 기관사와 함께 탔다. 만일 공사에 실수가 있어서 다리가 파괴되고, 기관차가 강물 속으로 떨어지는 일이 있다면 기관사와 함께 자기도 죽을 각오였다.
그러나 기관차는 돌다리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경쾌한 소리를 내며 500미터 거리의 철교를 무사히 달려 주었다.
“이 새로운 철교의 탄생으로 세계의 철도는 지금까지의 몇 배의 속도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개통식 날, 남프랑스 철도 회사의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에펠을 칭찬했다.
사장의 말처럼 이 혁명적인 철교가 만들어진 것을 계기로 유럽의 철도는 급속히 발전해 갔으며, 에펠의 나이 겨우 29세의 청년 때였다.
‘자유의 여신’상과 세계 제일의 철탑
가론 철교를 만드는 데 성공한 에펠은 그 회사의 주임기사가 되어 여러 가지 공사를 맡아 진행해 나갔다. 또한 그 철교의 완성으로 에펠의 이름이 점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구스타브, 너도 이제 독립해서 건축업을 시작하면 어떻겠니? 자금이 필요하면 내가 대 주마.”
어느 날, 고향에서 파리로 올라오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했다.
하루빨리 독립하고 싶은 것이 에펠의 오랜 꿈이었다.
“그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끝나는 대로 회사를 그만두겠습니다.”
에펠은 회사와 그 일을 상의했다. 회사 측에서는 그를 붙들려고 했지만, 에펠은 자신이 맡고 있던 일이 마무리되자 파리에 에펠 건설 회사를 세웠다. 그때가 1866년, 34세 때의 일이다.
에펠은 프랑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까지 가서 일을 하게 되었다. 다리뿐만 아니라, 공장, 창고, 기차 정거장, 전람회장, 백화점이나 빌딩 등 수많은 건물을 세웠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 중 다리로는 포르투갈의 도루 강에 놓은 높이 60미터의 마리아 피아교, 건물로는 파리의 봉 마르셰 백화점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정거장 대합실 등이 유명하다.
그러던 1886년의 어느 날, 에펠의 사무소에 바르톨디 라는 조각가가 찾아 왔다.
바르톨디는 프랑스와 미국과의 우정을 영구히 기념하기 위하여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어서 뉴욕 만 입구의 리비티 섬에 세우고자 프랑스 국민들의 기부금을 모아서 조각을 만들고 있었다. 최근에 겨우 조각품이 완성되어 동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동상의 골격을 만드는 기사들이 이 일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높이 46미터나 되는 큰 동상을 뉴욕 만 리비티 섬의 심한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세우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에게 거절당한 바르톨디는 수소문 끝에 에펠을 찾아 설계를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이 자유의 여신상을 뉴욕 만 입구에 세운다는 것을 이미 미국 정부에 전달하였으므로, 이제 와서 세울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프랑스 명예에도 관계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에펠 씨의 힘으로 어떻게든지 동상을 세우도록 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고 계시다는 이야기는 저도 듣고 있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계획입니다. 그 여신상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세워야지요. 그 조각을 저에게 보여 주십시오. 그러면 어떠한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골격과 토대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에펠은 곧 바르톨디의 아틀리에에 가서 그 조각을 보고, 동상의 크기를 들은 후, 특수한 강철 골격의 설계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기의 공장에서 그 것을 만들게 했다.
바르톨디는 매우 기뻐하며 곧 골격 위에 높이 46미터의 동상을 만들어 뉴욕 만 입구에 세웠다. 그 ‘자유의 여신’상은 지금도 그곳에 서서 뉴욕 만 입구의 리비티 섬으로 들어오는 국내외의 배를 보고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다.
그 무렵, 프랑스 정부는 1889년 만국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 에펠은 그 박람회의 상징으로 높이 300미터의 철탑을 세우면 어떻겠느냐며 한 장의 설계도를 정부에 내놓았다.
“뭐, 높이가 300미터라고? 지금까지 세워진 건물의 두 배나 되는 높은 탑을 세울 수 있을까?”
“그렇습니다. 이제까지의 건축은 돌과 나무가 주가 되었기 때문에 너무 무거워서 높은 건물은 세울 수 없었지요. 그러나 이제부터는 철과 시멘트를 주로 하여 얼마든지 높은 건물을 세울 수 있습니다. 얼마 안 가서 100미터나 200미터 높이의 건물을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철탑을 세우는 것은 이번 박람회의 상징이 될 뿐만 아니라 건축의 새 시대가 온 것을 알리는 데도 의의가 있는 일입니다. 꼭 세우도록 해 주십시오.”
그의 이러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한 정부에서는 그 일을 승낙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체의 예산인 8백만 프랑 중에서 5분의 1밖에 내려고 하지 않았다.
‘좋아, 나머지는 내 재산을 다 투자해서라도 꼭 만들 거야.’
에펠은 이렇게 결심하고 자기 회사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1887년 1월, 그 역사적인 일은 시작되었다. 공장에서는 40명의 기사가 에펠의 지휘에 따라 모두 1만 5천 개가 넘는 철재를 만들었다. 이 철재들은 250만 개의 쇠징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탑을 세우는 장소는 만국 박람회가 열리는 센 강의 왼쪽 기슭으로 결정되었다. 매일 250명의 인부들이 동원된 공사는 1년이 지나서야 4개의 거대한 아치를 세우고 그 위에 탑의 첫 번 째 마루를 깔았다. 그것을 보고 파리의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그 탑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이런 꼴사나운 것이 파리의 시내에 세워진다면 아름다운 경치를 해치게 되므로 당장 철거해 주기 바랍니다.”
그 중에는 이렇게 정부에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고, 에펠에게 직접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지 마시고 좀 더 기다려 보십시오. 완성이 되면 여러분도 반드시 좋아하시게 될 겁니다.”
에펠은 이렇게 사람들을 설득시키며 그들의 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공사를 진행시켜 나갔다. 탑은 날마다 위로 올라가서, 공사가 시작된 지 2년3개월 만인 1889년 3월에 마침내 완성되었다.
프랑스 포병들이 21발의 예포를 울리는 가운데 거행된 준공식 날 에펠은 그 때까지 인간이 만든 가장 높은 건물 위에 프랑스의 국기인 삼색기를 게양했다.
“자, 잘 보십시오. 높이 300미터의 깃대를 가진 국기는 세계에서 우리 프랑스의 국기뿐이지 않습니까?”
에펠은 어린아이처럼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에펠 탑 앞의 광장은 물론 센 강의 양쪽 강가에 모여든 구경꾼들 중에 어느 누구도 ‘파리의 경치를 헤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철재만으로 만들어진 그 탑은 직선과 곡선으로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며, 그 부근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18세기 궁전이나 교회와 그 밖의 여러 건물과도 잘 어울려 파리의 아름다움을 더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곳의 전망용 테라스에 올라가서 눈 앞에 펼쳐지는 시내 전경을 바라본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중에 감탄을 거듭하고, 부근의 경치에 도취되었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것도 다 탑의 덕택이라는 것을 알고 모두들 이렇게 말했다.
“이 에펠 탑이야말로 파리의 상징이고, 파리의 자랑이다.”
이런 사실은 1889년 5월, 에펠탑이 일반에 공개되자 8개월 만에 무려 2백만 명을 넘는 사람들이 이 탑에 올라갔었다는 것으로도 명백하다.
에펠은 그 8개월간의 입장료로 은행에 진 빚을 모두 갚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파리를 방문하면 반드시 에펠 탑에 올라가 보라.’고 권할 정도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또한 그 탑이 얼마나 뛰어난 건물인가 하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예로, 탑이 만들어진 후 80년 동안 한 개의 징도 바꾸어 끼는 일 없이 어떤 강한 바람에도 견뎌왔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에펠은 평형이라든지 바람의 저항 등도 충분히 계산에 넣어서 그만큼 치밀하게 탑을 설계했던 것이다.
에펠은 맨 꼭대기 전망대 바로 밑에 자기의 사무실을 만들어 두었지만, 1894년에 건축계에서 은퇴하고 그 방을 물리학 연구실로 바꾸고, ‘건물은 어느 정도의 바람에 견디어 낼 수 있는가’라는 연구를 계속하여 20년 만에 그 연구의 결과를 널리 발표했다.
그의 노력으로 높은 건물을 만드는 건축기사들은 한 건물에 어느 정도의 철근을 사용하면 되는가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방법은 30층이나 50층 높이의 빌딩 건축 발달에 대단히 유용하게 이용되었다.
에펠 탑이 생긴 후 70년간 세계 제일을 자랑했으나 1958년 높이 333미터의 도쿄 탑이 생기므로 세계에서 두번째가 되었고, 1961년에는 모스크바의 교외에 높이 500미터의 텔레비전 탑이 생겨 3위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 에펠 탑은 아름다움을 겸한 근대 건축물의 기초를 세운 공로자 에펠의 기념비로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건축사상 영구히 빛날 것이다. 1923년 12월 27일, 91세로 이 세상을 떠난 에펠과 함께 말이다.
=왕연중=
|
왕연중의 발명소설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