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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전의 발명
골동품이 가진 가치의 근원은 단연 시간이다. 시간이 흐르면 조잡한 옹기그릇도 귀한 칙사 대접을 받으며 호강에 겨운 생활을 한다. 하긴 긴긴 세월의 짓눌림을 견디어낸 시대를 증거 하는 역사물에 대해 후한 대접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 분명할 것이다. 그만큼 역사성이란 중요한 요소이니까.
그러나, 시간의 평가가 모두에게 이처럼 관대한 것은 아니다. 발명품이나 아이디어, 과학적 지식에 대한 시간의 평가는 오히려 잔혹하기만 하다. 조금만 현시대에서 벗어나도 구닥다리 취급을 하고, 망각의 모래에 파묻어 버리기 일쑤이다.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발명이란 미래를 끌어당기는 힘인데, 구시대적 발상에 연연하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586컴퓨터 시대에 286컴퓨터가 쓰레기 취급당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생각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사고방식에 젖어있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이 항상 시대를 앞질러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고정적 생각은 편견으로 낙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복잡 미묘한 사고능력에서 발산된 아이디어는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가?
몇 가지 예를 살펴봄으로 이 궁금증을 풀어보자.
식당에서 요긴하게 쓰일만한 아이디어 하나. ‘요리를 배달하는 꼬마전차’라는 것으로, 굳이 말하자면 자동 주문 배달 시스템이라 할만하다.
아이디어의 요점은 식당의 서비스를 자동차 하는 것. 즉, 웨이터 대신에 꼬마전차가 식당의 곳곳을 누비며, 음식을 나르고 주문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식탁의 사이사이에 거미줄처럼 레일이 연결되어 있고, 손님의 식탁에는 자동메뉴 선택 버튼이 있다. 손님이 좌석에 설치된 메뉴판을 보고 이 선택버튼을 누르면, 꼬마전차가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을 레일을 타고 날라 오는 것이다.
식탁 사이로 낮은 기적 소리를 울리며 씩씩하게 달리는 꼬마기차. 상상만 해도 재미난 광경이다. 꼬마손님들이 이 신기한 모습에 즐거워 할 것이고, 귀여운 전차를 보기위해 일부러 이 식당을 찾을 것이다. 한마디로 명소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식당측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별도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선전이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만하다. 특별한 식당 체인점을 구상 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 싶다. 요즈음처럼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세태에 어울리는 재미난 아이디어가 아닌가?
그런데 도대체 이 아이디어가 세대를 뛰어넘는 발상의 위대성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그저 아이디어의 기저가 특이하다는 것 이외에 별다른 점이 없는 것 같은데. 문제의 열쇠는 바로 이 아이디어의 탄생 시점에 있다. 이것의 생년월일이 보통 사람이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는 것이다. 아이디어의 나이를 굳이 따진다면 한 백여 살쯤 된다고나 할까?
백년이나 묵은 낡은 아이디어가 시대감각에 절대로 뒤처지지 않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긴, 때론 갈릴레이같이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도 있는 법이니까. 소발에 쥐잡기 식으로 멋진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겠지.’
아직도 의심을 풀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다른 예들을 살펴보자. 거듭 강조하지만, 이 모든 아이디어들은 백여 년 전에 탄생한 것들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공중선전기, 말 그대로 공중을 대형 스크린으로 삼아, 선전을 하는 시스템이다.
스모그 현상이나, 안개로 인해 뿌연 하늘에 대형 영사기로 빛을 발사해, 거대한 화면을 제공한다는 것이 기본 아이템이다. 야외 영화관을 확대한 것으로 이해하면 가장 적당하다.
찌푸린 하늘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화면. 어느 누구도 이 멋진 장면을 외면할 순 없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절로 흐뭇해지는 멋진 아이디어이다.
또 하나, 광고 인쇄타이어도 공중선전기와 같이 독특한 광고 효과를 노린 굿 아이디어이다. 공중선전기가 하늘을 상대로 하는 빨간 낙하산이라면 , 광고 인쇄타이어는 육지를 주름잡는 용감무쌍 육군이라 할까? 공중선전기처럼,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발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발상의 요점은 타이어에 광고 문구를 새겨 넣어, 자동차가 달릴 때 저절로 도로에 인쇄되도록 하는 것. 막대한 제작비도 필요 없고, 현대과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충분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이다.
도로가 온통 선전문구로 뒤덮인 광경을 생각한다면, 당장 쓰기엔 약간 망설여지는 점이 없진 않지만 발상 자체만으로 후한 점수를 얻을만하다. 만약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저절로 지워지는 페인트를 사용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활용도 가능하고, 도로법이 허용만 한다면.
수준 높은 아이디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에디슨의 착상이 준비되어 있다. 에디슨이 활동하던 당시의 기술수준으론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 지금까지 파묻혀 있었으나, 지금이라면 개발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이른바 소리의 진동을 이용하여 모터를 움직이는 장치.
소리의 진동으로 진동판이 움직이고 이것이 다시 관성바퀴에 작용하여 모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그 기본원리이다.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여 작동하는 기계류도 바로 이 발상을 기저로 응용될 수 있다. 이른바 최첨단이라 일컬어지는 음성인식시스템의 원류도 저 먼 옛날에 있었던 것이다.
이밖에도 태양열을 이용한 인쇄기, 선실과 선체를 분리하여 흔들림을 없앤 쾌적한 쾌속선 등.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개발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인간의 과학은 상상력을 따라잡지 못한다. 또, 인간의 상상력은 시대의 흐름에 붙잡히지도 않는다.
백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해서, 함부로 경시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상상력이요, 정신력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전대의 인간들보다 후대에 태어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그들이 상상만으로 그친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전한 기술력으로 현실화 할 수 있으니.
아이디어의 세계에 뛰어든 이상 시간의 흐름에 얽매이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백 년 전이든, 이 백년 전이든, 인간의 복잡한 두뇌 활동의 산물인 무수한 보석의 파편들은 변함이 없다. 항상 같은 빛깔과 가치로 발견되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아이디어에 관심을 기울일 기회를 가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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