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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성형
‘복잡한 것만이 기술은 아닙니다.’
어느 가전제품 제조 회사의 광고문구 말마따나 기술은 때론 단순함을 추구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단순하고 손쉽게 만드는 것이 바로 기술의 핵심인 것이다.
단순하고 쉽게 만드는 것은 참 많은 부분에 여유를 가져온다. 먼저 물질적인 것, 그리고 시간과 인간의 노동력,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모든 것이 이 단순화 작업을 통해 절약되고 새로운 도전의 시작으로 탈바꿈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화 작업은 발명인이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순화 작업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성형부분이다. 즉 낱개로 나누어진 여러 부품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낱낱이 흩어져 있는 밀가루를 반죽하여 커다란 빵 덩어리로 만드는 격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서 잘 알고 있는 바이겠지만, 여러 개의 부품을 완벽하게 조립하여 제 성능을 갖게 하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다. 작은 나사 하나하나에도 오만 신경을 기울여야 하고, 더불어 전체적 균형까지 고려해야 한다.
설명서를 읽고 찬찬히 조립한다면,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 큰 맘 먹고 산 조립식 뻐꾸기시계. 다재다능한 아빠로서의 위신도 과시할 겸, 옆구리에 낀 상자를 자랑스럽게 보듬으며 대문을 들어섰건만 결과는 비참, 비참하기 짝이 없다.
다섯 시간이 넘도록 이마에 비지땀을 흘리며 갖은 애를 다 썼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약을 먹어서 살기 싫었는지 뻐꾸기는 울어 보지도 못하고 태엽 줄에 감겨 자빠져 버린다. 아빠로서의 위신은 고사하고, 목각 뻐꾸기 앞에서 본전 생각을 하며 가슴을 칠 것이 분명하고도 명백하다.
여러 개를 모아 하나를 만든다는 것은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숙련공조차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판국에, 초심자의 실력으로야 결과는 뻔하다. 그렇다면 초심자는 영영 뒷짐이나 지고 구경이나 해야 한단 말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경우에도 몇 가지의 부품을 줄여 하나의 성형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계의 뒤판과 옆판을 한 몸체로 성형한다면, 혹은 시계를 지탱하는 지지대를 한 부품으로 만들어낸다면 조립하는 사람의 노력이 훨씬 절감될 것이다. 어쩌면 손재주가 전혀 없는 평범한 아빠도 쉽게 도전할 수 있을 런지도 모른다.
이것을 좀더 넓혀 기업의 생산 공정에 응용하여 보자. 하나로 성형한 부품을 기업에서 사용한다면, 분명 그 효과가 다양하고도 확실하게 나타난다.
우선 생산 공정이 단순하게 되니, 굳이 숙련공이 아니더라도 작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수십 차례에 걸치던 작업과정이 대폭 감소되어 시간 절약은 물론 인력 절감의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더불어 생산단가가 낮아지고, 불량률도 줄어들어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릴 수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하나의 성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아이디어 창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는 여러 부분에서 활용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식기와를 소재로 한 성형 상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에 동참이라도 하듯,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불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건축양식에도 대담하게 반영되어, 전통기와와 툇마루 흙 마당을 기본으로 하는 기와집이 도심 한복판에서까지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기와집의 시공법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많은 인력과 긴 시공 시간 등. 바쁜 현대 생활에선 약간 부적합하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편을 이길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기와를 쌓는 작업은 가히 예술이라 할만하다. 단아한 용마루 선과 추녀 끝까지 이어지는 미려한 곡선. 때문에 기왓장을 하나하나 올리는 작업도 예술작업만큼 까다롭고 심혈을 요한다.
기와는 상부로 올라갈수록 무거운 것을 사용하여 시공한다. 따라서 무게중심이 불안전하여 자칫하면 무너져 내릴 염려가 있다한다. 기와시공을 아무에게나 부탁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지간히 경험을 쌓은 숙련공이 아니라면, 완벽하게 일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까다로운 작업도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깔끔히 처리할 수 있다. 바로 하나의 ‘성형’으로 만드는 것.
구매자가 원하는 모양대로 틀을 만들어 찍어내기만 하면 멋있는 기와지붕이 완성된다. 여러 명의 숙련공들이 지붕위에 올라타서 수십 장의 기와를 만질 필요도 없고, 행여 기와가 무너질까 하여 가슴을 졸일 필요도 없다. 작은 기와를 얹은 표정 있는 대문도 간단히 탄생하고, 이 방법을 응용하는 데에 따라 큰집의 지붕 전체를 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성형을 생각한다.
붕어빵을 찍어내듯, 복잡한 것들을 한데 묶어서 뭉쳐 만들어보자. 붕어빵이 팥처럼 미묘한 맛을 내며 우리를 만족케 할 것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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