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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과 그 상품화
단 한명의 우승자를 위한 환희와 갈채 뒤에는 반드시 수십에 이르는 패배자의 눈물과 회한이 있게 마련이다.
언뜻 찬란하게 보이는 그 뒤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좌절과 눈물이 있던가?
빛의 크기가 크면 상대적으로 어둠의 크기가 커지듯, 성공의 그늘에는 그보다 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게 마련이다.
발명의 세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그 무엇보다 더 큰 실패와 눈물이 숨어 있는지도.
우리는 가끔 ‘몽상가’라는 비웃음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을 본다. 자신은 떳떳하게 발명가라는 직함을 받고 싶어 하지만 주위의 평가는 정반대이다. ‘무능력’, ‘이상주의자’라는 꼬리표를 그들에게 다는 잣대는 다름 아닌 ‘가난’이라는 것.
어느 부분에서든 마찬 가지 이겠지만, 발명의 세계에서 ‘성공’은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과정에서 점수가 매겨지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상품화 되고 그것이 다시 경제적 가치, 즉 돈으로 환산된 후에야 비로소 성공의 여부를 가름 짓는 것이다.
즉 만사를 젖혀두고 많이 팔리는 상품을 발명해야만 성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명가의 대열에서 탈락, ‘발명의 가난’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무능력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실패와 가난의 멍에가 ‘불운’이라는 운명 때문이 아니라,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오랜 발명의 역사 속에서 보여 졌듯, 때론 작은 아이디어가 엄청난 큰 부와 성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발명가를 꿈꾸는 이들 중에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만이 발명의 모든 것인 양 착각하는 이들이 가끔 발견된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그들은 언뜻 떠오른 아이디어에 환호하고 이를 상품화하는데 열을 올린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것 이외에는 어떤 기술적 축적도 없음에 불구하고 바로 사업에 뛰어들려는 만용을 부리고 마는 것이다. 마치 아이디어가 모든 관문을 통과하는 프리패스(free pass)라도 되는 듯.
그러나 발명의 단계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길다. 아이디어 창출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창출된 아이디어는 출원 및 등록, 그리고 상품화하는 과정을 모두 거쳐야 비로소 발명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아마추어가 만든 어설픈 상품을 사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그 제품이 아무리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흠이 있다면, 누가 돈을 지불하려 하겠는가?
또한 상품이 시장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도 찬물에 밥 말아 먹듯이 간단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유통질서라는 까다로운 통로를 거쳐야 하고 소비자에게 다가가기까지 많은 경쟁과 견제를 뚫어야 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따로 있게 마련이다. 경험과 지식도 없는 이들이 무대포로 나섰다가는 주저앉기에 딱 알맞다.
아이디어 창출자는 아이디어 창출에 전념하고 이를 이용하여 상품을 개발하거나, 판매하는 일 등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설프게 나서다가 쓴 실패를 얻는 것보다, 그편이 훨씬 안전하다.
전국적인 교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 명성을 떨치던 어느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도 그런 실패를 겪었다. 많은 입상 경력이 말해주듯, 선생님은 아이디어 창고였다. 늘 알뜰살뜰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와 주위를 놀라게 하고...
여기에 용기를 얻어 그는 퇴직금을 자본으로 하여 사업을 벌였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상품화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비참했다. 희망과 낙관을 가지고 시작했으나 얼마 안가 사업은 실패하고 그는 크다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것이다.
또 지방도시에서 활약하던 한 아이디어맨도 타인에게서 호평 받은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다가 큰 실패를 겪었다.
그의 아이디어 상품은 처음에는 꽤 인기를 끌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고, 성공의 길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 사업을 벌인 것 자체가 무리였다.
상품에 조그마한 결함이 발견되면서 반품이 늘어났고, 판매량은 부쩍 줄어갔다. 결국 수 많은 제고 품만을 남긴 채 그의 의욕은 부질없이 되고 말았다.
평소에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받는 냉대를 씻어 보고자 과감하게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오히려 불신만 더 쌓은 셈이 되고만 것이다.
이 두 경우 만약 전문가에게 상품화를 맡겼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와는 정반대의 다른 결과가 나왔을 런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모든 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괜한 욕심을 부리다가 아이디어마저 날리지는 않을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성현께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신 것은 어쩜, 이를 두고 하신 말씀인지도 모른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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