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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발명가가 있을까?
북한에도 발명가가 있을까? 있다면 그 수준은 얼마나 될까? 필자는 북한의 발명가에 대한 글은 독자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한 건의 글도 쓰지 않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북한의 자료도 없기 때문이었다.
북한에도 발명가는 있다. 그러나 그 숫자와 수준은 베일에 가려져 있어 알 수 없다. 북한에도 발명가가 있다는 사실은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발명가들이 참가하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국제발명전시회에 북한의 발명가들이 참가하여 알 수 있었다. 당시 이 대회에 참가했던 우리나라 발명가들은 북한 발명가들의 전시 부스를 둘러보기는 했으나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고 했다.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역시 오래전 이 전시회에 참가한 북한의 발명가 한 사람이 우리나라로 귀순하면서 북한은 이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았고, 따라서 북한의 발명가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의 발명가가 제네바에서 귀순한 다음 날 아침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한국발명특허협회(현, 한국발명진흥회) 공보관 업무를 겸직했던 필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일찍 출근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 신문과 방송 기자들이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많은 사진 카메라가 앞다퉈 번쩍거리고, TV 카메라가 사방에서 필자를 촬영하면서 한꺼번에 쏟아지던 질문 공세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후 필자도 제네바국제발명전시회 참관단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시장 전체를 둘러보았으나 북한 발명가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의 발명가에 대한 정보는 통일부와 특허청 홈페이지에서 그 윤곽만 알 수 있다. 또 모 TV 프로그램인 ‘이만갑’에 출연한 탈북인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간혹 들을 수 있다. 탈북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 좋은 발명을 한 발명가와 과학자는 영웅 대우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누가 영웅 대우를 받는 발명을 하였으며, 그 발명품은 무엇일까?
세계 최초로 비날론을 발명한 이승기, 천연 컬러 누에고치를 발명한 계응상, 김정일 일가의 관저와 별장 그리고 마식령 스키장 등을 설계한 발명가 마원춘, 아치댐을 발명한 박찬영 등이다.
이중 이승기는 6.25 전쟁 중 월북한 한국인 최초의 공학박사로서 세계 최초로 석탄에서 합성섬유를 뽑아내어 화제가 되었던 발명가이다. 이승기가 발명한 비날론은 캐러더스의 나일론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화학섬유였다.
비날론은 그 원료가 북한에 풍부한 무연탄과 석회석인데도 우리나라 고유의 면과 성질이 비슷하여 한때 큰 인기였다.
이승기는 비날론의 발명으로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레닌상을 수상하였고 이어 인민과학자 칭호 및 국가 훈장 1급을 수훈했다.
북한에는 적지 않은 발명가와 과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미사일과 핵 관련 기술을 제외하고는 뛰어난 발명이 그리 많지 않은 것같은 생각이 든다. 필자가 이같이 생각하는 것은 가끔 TV에 비치는 북한의 의식주 관련 생활용품의 수준이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발명수준은 얼마 전 방한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고 마지막 날 현대자동차 CEO를 면담한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이다.
하루빨리 북한 핵을 포기하고 남북 발명교류 및 경제협력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前 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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