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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조리의 발명
조선시대 이전 우리나라에서 발명
쌀을 일어 돌을 걸러내는데 쓰이는 주방용품으로서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쌀 속에 모레처럼 작은 돌이 섞여있어 쌀을 씻을 때 조리를 쌀만 떠내 밥을 지었고, 요즘도 잡곡을 씻을 때 돌을 걸러내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원래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갠 죽사(竹絲)로 엮어 국자모양으로 만들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철사와 플라스틱으로도 만들고 있다.
얼핏 보면 죽사를 엮어놓은 것 같지만 매우 과학적으로 만들어졌고, 그래서 고대 발명으로 손색이 없다. 물에 담근 쌀을 일정한 방향으로 일면 쌀알이 떠오르면서 조리 안에 담기고 무거운 돌은 밑으로 가라앉는 원리다. 현대 과학으로도 손색이 없다. 원산지는 보은ㆍ담양ㆍ원주ㆍ서산 등지이나 곳곳에서 만든다.
그렇다면 언제 누가 발명했을까? 어디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쌀이나 보리로 밥을 지어 먹은 동양의 발명은 분명한데 동양 어느 나라기록에서도 조리의 발연연도와 발명가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 고서인 ‘임원경제지’에 간단한 설명이 있을 뿐이다.
‘임원경제지’에는 조리는 국자모양이고 석미추(淅米?)라 불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학자들은 조리는 언제 누가 발명했는지는 모르지만 조선시대에 사용되었음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이전 우리나라에서 발명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월 초하루에 사는 것은 복조리
주방의 필수품이었던 조리는 정미기의 발달로 돌이 섞이지 않는 쌀이 공급되면서 수요가 줄기 시작하였고, 요즘은 극히 일부에서만 사용되며 장식품으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 조리가 장식품으로 사용된 역사도 조리의 역사와 같이 한다.
우리조상들은 조리는 필요한 물질을 거르고 나쁜 것은 따로 분리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사람들은 자기 집에 복이 들기를 기원하여 조리 쌍을 엇걸어 잡아매고, 실·성냥·엿·엽전 등을 담아 대청이나 안방 머리에 걸어놓았다. 지금도 우리 귀에 익숙한 복조리가 바로 그것이다. 복조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조리를 정월 초하루에 파는 조리는 특별히 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복조리라고 불렀다.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이므로 그 해의 행복을 조리와 같이 일어 얻는다는 뜻에서 이 풍속이 생긴 듯하다. 조리 장수는 조리를 팔기 위하여 섣달 그믐날 밤에 ‘복조리 사시오, 복조리요.’ 하고 외치면서 밤새도록 돌아다녔다.
겨우내 만든 복조리를 온 식구가 나눠 들고 전국 각지로 흩어져 팔았다. 우리 조상들은 밤에 자다 말고 일어나서 1년 동안 사용할 수량만큼 복조리를 사는데, 밤에 미처 사지 못한 사람은 이른 아침에 샀다.
일찍 살수록 좋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민간신앙도 있다. 복을 사는 것이라 여겨 값을 깎지도 않았다.
글 : 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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