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발명의 역사는 짧다.
13세기에 탄생해 20세기의 거친 파도 속으로 잠수해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3세기 이전의 굴뚝은 어땠을까? 최초로 불을 발견한 인간들은 주거지 지붕 위에 구멍 하나만 달랑 뚫어놓았다. 예를 들어 폼페이에서 발견된 벽돌 구조물에는 테라코타로 만들어진 파이프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과연 이것을 굴뚝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굴뚝다운 굴뚝은 13세기말 유럽 부유층 저택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처럼 나무가 부족해 벽돌이 건축의 주재료로 쓰이던 나라에서 16세기 무렵에 이르러 사방에서 굴뚝을 찾을 수 있었다. 17세기에는 석제 벽난로가 널리 보급되었다. 18세기에는 선반난로 위에 작은 거울을 올려놓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벽난로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부르주아 계급의 전유물로 탈바꿈했다. 로마 거리에 살았던 시인 말라르메는 화요만찬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벽난로 곁에 팔꿈치를 기대고 환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후 20세기에 등장한 중앙난방장치와 각종 연료는 벽난로와 굴뚝의 존재에 치명적인 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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