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음식을 일반 냄비에 요리하는 것보다 압력솥에 요리하면 훨씬 부드럽고 맛있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요리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드니 빠뺑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처음에 압력솥이 발명되었을 때 이것을 '다이제스터'라고 불렀다. 다이제스터란 '소화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이름을 지은 이유는 아무리 질기고 딱딱한 음식이라도 이 솥으로 삶으면 부드럽고 연해져서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다.
최초의 압력솥인 다이제스터를 발명하게 된 것은 물이 끓는 온도 즉, 끓는점은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높아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기에 물을 넣고 밀폐시켜 높은 압력이 발생할 때까지 증기가 조금도 외부로 새지 않도록 장치하고 가열하였다. 그렇게 하면 용기 안의 물은 100도보다 놓은 온도에서 끓는 것이다. 또 많은 음식물은 물의 보통 끓는 점보다 높은 온도에서 끓이면 빨리 익든가 또는 더 연하게 익게 되었다.
압력솥에 관한 최초의 책은 다음과 같은 긴 제목이었다. "새로운 다이제스터, 또는 뼈를 무르게 하기 위한 엔진, 그 제작법과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경우 즉 재료, 항해, 제과, 음료, 의약, 염료에 있어서의 사용법과 기술을 포함, 아울러 상당히 큰 엔진의 제작비와 그것이 가져오는 이익의 계산도 첨부". 이 책에 의하면 요리의 방법을 개량하여 될 수 있는 대로 안전한 것이 되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다이제스터로 인해 요리법이 개선될 것이라고도 나와 있다. 또 여러 가지 음식을 다이제스터로 삶았을 때 어떻게 되는가도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나는 늙은 숫토끼를 구했다. 보통 같으면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고기를 양념하여 다이제스터로 삶았더니 어린 토끼고기처럼 맛이 있었고, 그 국물은 좋은 젤리가 되었다.
나는 소뼈를 구했다. 오랫동안 내버려 두어서 딱딱하게 말라 있었고 다리뼈 중에서도 가장 딱딱한 부분이었다. 물과 함께 작은 유리포트에 넣어서 포트째로 엔진 속에서 삶았더니 포트에 좋은 젤리가 생겼다. 그것에 설탕과 레몬즙을 가미했더니 꼭 사슴뿔 젤리와 다를 바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처럼 다이제스터는 음식을 조리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발명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밀폐된 용기로 물을 끓이면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했다. 증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에 미치는 압력이 매우 커지고 끝내는 용기를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빠뺑은 안전밸브를 발명했다. 안전밸브는 압력이 안전 한계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증기가 빠져 나가도록 하기 때문에 용기가 파열되지 않게 지켜준다.
압력솥의 원리가 높은 압력을 이용한 것이라면 이와 반대의 경우는 산에서 밥을 짓는 경우이다.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은, 빠뺑이 다이제스터를 발명한 200년 후 이러한 경험을 하였다. 동료들과 산에 오른 다윈은 그 속에서 감자를 삶았으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감자가 잘 삶아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를 다윈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높은 곳에서의 대기는 압력이 해면보다 훨씬 낮다. 빠뺑의 다이제스터 속에서 높은 압력으로 삶은 물질은 물이 끓는 온도가 100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음식이 매우 연하게 익는다. 우리가 잠잔 곳은 고도가 3,300미터 이상이었다. 그곳은 대기의 압력이 감소되어 있기 때문에 물은 필연적으로 더 낮은 장소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었다. 빠뺑의 다이제스터와는 반대의 경우다. 감자는 끓는 물 속에서 몇 시간을 끓었는데도 생 것과 별로 다를 바 없이 딱딱하였다."
그 날 밤새 냄비에 물을 지펴 놓고 다음날 아침까지 삶아도 감자는 익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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